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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경계를 넘어 새로움을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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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날짜 18-04-17 16:09 조회29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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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락, 경계를 넘어 새로움을 꿈꾸다


'퓨전'이라는 말이 생활 안으로 들어온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무언가를 섞어 만든 새로운 결과는, 기존의 재료가 아무리 익숙하더라도 생경한 느낌을 준다.

이러한 융합, 뒤섞임은 낡은 것을 다른 관점으로 다시 발견하게 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에디터 민소연 도움 주신 곳 키위미디어 그룹



우리 전통이 가진 아름다움이 다시금 발견되고 재평가되면서, 그 가치를 향유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 전통 미감을 계승하고, 그로부터 지금과 맞닿아 있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창조하려는 노력들이 여러 예술분야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음악 역시 예외는 아니다. 휴전 음악은 오래전에 하나의 장류가 되었다. 1969년 재즈에 록 뮤직을 가미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록 재즈에서 음악의 휴전이 이루어진 후, 여러 이질적인 음악 장르들이 규칙이나 편견으 부수고 뒤섞이며 서로에게 영감을 주기 시작했다. 사라 브라이트만의 팝계라는 글로벌한 사랑을 받으며 대중성을 인정받았고, 재즈와 클래식, 제3세계 음악 등을 접목시킨 여러 크로스오버 뮤직은 저마다 새로운 자극과 야심을 장착하고 계속해서 새로 태어나고 있다.


국악이 과거 고루하거나 가까이하기 어려운 이미지를 탈피해 좀 더 친밀해진 데에는 휴전의 역할이 크다. 현대 팝 음악이나 서양 클래식이 우리 국악과 만나 이루어진 새로운 형태의 국악은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낯선 동시에 귀가 편하다. 비트박스와 가야금 연주가 어우러지고 그 가락에 비보이가 신명나게 춤사위를 펼쳤던 광고의 한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면, 이미 퓨전의 매력을 물씬 느껴보았다 할 수 있을 터이다.


넌버벌 국악 퍼퍼몬서 <썬앤문>은 국악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공연이다. 이미 익숙해진 국악이지만 영상과 조명, 편곡을 통해 새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썬앤문>은 박칼린 예술감독의 연출로 더 큰 기대와 관심을 모았다. 25년 동안 무려 70여 편의 뮤지컬을 거치며 음악감독이자 배우, 연출가로 활약했던 박칼린은 이제 장르를 뛰어넘는 공연을 창조하며 대중과 만나고 있다.


국악을 전공한 그녀에게 <썬앤문>은 더욱 각별하다. 오랜 기간 국악 방송 연출 경험으로 국내 내놓으라하는 명인, 명창과 공연은 많이 해봤지만 상대적으로 젋은 국악인이 설 무대가 열악하다는 현실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기획한 것이 <썬앤문>이다. 젊은 여성 국악인 열두명이 모여 국악 그 자체를 즐겁게 들려주는 무대. 여기에 대중을 자극할 새로운 요소를 불어넣었다. 이를테면 발레 음악인 <볼레로>와 살풀이춤이 만나고 오고무가 메탈, 테크노, 팝 등과 만나 뜨거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공연은 크게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어두운 무대는 반투명한 베일이 드리워져 있는데 흰 안개가 피어오름벼 공연의 시작을 일렉트릭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베일과 무대 뒤로 쏟아지는 조명 사이로 두명의 연주각가 등장해 가야금과 아쟁을 연주한다. 경쟁하듯 내달리던 연주는 이내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며 공연 첫 무대를 완성한다.


무대는 바뀌어 달빛에 비친 물길 속에서 서정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대금과 해금, 장구의 연주가 펼쳐진다. 그 선율에 맞춰 아름다운 몸짓의 춤이 어우러지며 신비롭고 강렬한 달의 이미지가 손에 잡힐 듯 섬세하게 그려진다. 다음은 생명의 기운이 넘치는 정원이다. 지구의 생명이 하나 둘 깨어나 기지개를 펴고 대금의 아름다운 선율이 그 위로 흐른다. 가야금, 아쟁, 장구의 음색과 리듬이 절묘하게 더해지며 온갖 생명이 노래하는 활기찬 축제 분위기를 이끈다.

무대는 다시 바뀌어 계절의 변화를 일러준다. 스산한 바람이 불고 화려했던 계절의 색깔은 점점 옅어져 간다. 낮보다 밤이 길어지는 계절. 밤은 더욱 빨리 오고 잎사귀들은 펄럭이며 떨어지며 우르릉 소리를 내며 폭풍우가 몰아친다. 이 거대한 자연의 흐름을 소리로만 구성할 수 있을까? 여섯 명의 공연자가 일상적인 물건을 가지고 즉석에서 소리를 만들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영상에 입힌다. 호기심을 끄는 이들의 행동은 서서히 그 목적에 다가가고, 인공적인 개별 소음이 하나의 자연음으로 완성될 떄에 이르면 이유모를 뭉클한 감정까지 생겨난다.


이어지는 무대에서 세상 모든 옅어진 것들이 바람에 씻겨 사라지고, 그 자리에 바람꽃만이 피어난다는 노래가 해금과 아쟁, 가야금의 연주와 어우러져 흐른다. 그리고 그다음, 바람이 지난 자리에는 흙과 모래만이 남았따. 무대 한가운데에서 무용수의 춤사위가 펼쳐진다. 우리 국악기로 연주되는 라벨(Ravel)의 볼레로(Bolero) 선율에 따라 거의 정지 상태였던 춤의 움직임은 점점 쌓이면서 커지고 거세져 격렬한 살풀이로 진화한다. 반복하는 음악 패턴이 어떻게강력한 에너지를 갖게 되는지 체험하게 한다.

그 뒤 EDM 팝에 맞춘 설장고 연주자의 독무대로 리듬의  향연을 즐긴 다음에는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인 오고무 공연이 펼쳐진다.

어슴푸레한 달빛 아래에서 시작된 공연이 뜨거운 태양의 기운에 다다른다. 여섯 명의 공연자가 펼치는 오고무 무대는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며 절제와 열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타악기가 주는 원초적인 리듬감이 심장을 두드린다. 그야말로 관객과 공연자가 홍년일체가 되는 순간, 우리 전통 악기와 선율이 이렇게 가슴을 흔든 적이 있던가, 자문하게 만드는 피날레였다.


<썬앤문>은 국악과 월드뮤직의 퓨전일 뿐만 아니라 화려한 조명과 디지털 영상이 융화되어 전혀 새로운 방식의 무대를 선보인다.

국적과 성별, 나이를 초월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쇼이기도 하다. 정동길 끝자락에 있는 경향아트힐 전용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니 가족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연을 찾고있다면 봄나들이 겸 후회하지 않을 선택일 것이다.